습작기│김민비│2018│극영화│21분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동생 선우 때문에 늘 뒷전일 수밖에 없었던 형 지우는 장남에게 바랄 법한 명예보다는 선한 가치만을 기대하는 엄마에게 부응하고자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서로 가지지 못한 것을 시기하며 관계를 지속해 나가는 형제. 얼결에 선우와 함께 좋아하는 시인의 문학 강의를 듣게 된 지우는 감춰 왔던 속내를 발현할 수 있는 시의 속성에 욕심을 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가졌다 여긴 재능마저 선우에게 빼앗기게 되고, 둘의 사이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
성장이 성숙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몸이 자라는 것과는 별개로 마음은 완숙의 순간을 이리저리 피해 가니까요. 어쩌면 자란다는 것은 긍정에서 멀어지는 과정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영화에 함께해 준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 학우들은 어른이자, 그렇게 소년이기도 했습니다. 인생을 지난한 습작기에 비유한다면, 모쪼록 모든 소년들의 습작기가 위로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민비 감독의 <습작기>는 사춘기 시절 형제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신경전을 시를 통해 문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아픈 동생만을 챙기는 엄마와 자신이 가진 재능마저 가져간 동생을 둔 형의 감정 변화가 도드라진다. 재능이 있어 형에게 미안해하는 동생과 그런 동생을 질투하는 형을 통해 우리 모두는 인생의 습작 단계를 밟고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게 서로 신경전을 벌이지만 가족이기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준다는 사실을 다시금 한번 상기시키며 형제애를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류하은, 성남교육영화제2020 청년 프로그래머)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정연우│2020│다큐멘터리│25분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지 못한다면? 생일날 생일 케이크를 먹지 못한다면 어떨까? 나 혼자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상상도 못할 일이겠지만 맛있는 음식이 독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알레르기를 어떻게 알고 있는가? 과연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이 맞을까? 자신에게 조금 더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음식을 먹는 학생의 이야기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상을 체험해보자.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영상연출과 학생들로 여러 장르의 영화, 방송들을 만들며 공부하고 있다.
정연우 감독의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음식 알레르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소개함으로써 제도의 한계를 고발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켜주는 작품이다. 위 영화의 형식은 친구들과 함께 체험해보며 인터뷰하는 등 다큐멘터리의 분위기를 밝게 하여 문제를 인식하는 과정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밝은 분위기에서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는 대중의 무관심 또한 차별과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현재, 대두되고 있는 차별의 키워드 속에서 음식 알레르기와 같이 수면 위로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사회적 차별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이건욱, 성남교육영화제2020 청년 프로그래머)
메리골드│신비아│2020│극영화│19분
어릴 적 자신의 글을 쓰겠노라 꿈에 부풀었던 유나. 무명작가로의 생활을 이어나가던 중 가깝게 지내던 유명작가 정원에게 대필을 강요받는다. 거절할 위치가 되지 못했던 유나는 결국 죄책감을 떠안은 채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대필 제의를 받았다는 후배 승희의 앞에서 핑계처럼 긍정적인 면을 늘어놓기까지 한다. 얼마 후 다시 유나를 찾아온 승희. 대필 여부를 물으며 조언하는 승희와 그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은 유나는 말다툼을 해버리고 만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 집을 청소하며 생각을 정리한 유나.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용서를 구한다. 승희는 유나에게 유나의 수필이 담긴 문집을 건넨 뒤 돌아간다. 혼자 남은 놀이터에서 유나는 자신이 썼던, ‘나는 나의 글을 읽어주는 단 한 사람이 존재하는 이상, 계속해서 내 이름을 걸고 나의 글을 쓸 것이다.’라는 문장을 읽는다. 정원과 약속했던 날, 유나는 정원이 아닌 기자에게로 전화를 건다.
<메리골드>는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영상연출과 19기의 졸업작품입니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저희는 졸업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될 단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시나리오를 쓴 예지, 콘티를 제작하고 촬영을 진행한 다원, 작품의 포스터를 제작한 시윤 등 11명의 친구들이 하나의 팀이 되어 작품을 위해 애썼습니다. ‘팀 메리골드’는 가치 있는 모든 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을 기도합니다.
어린 시절 꿈 발표하기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신인작가 유나의 유혹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무명작가의 생활고와 유명작가의 대필요구 속에서 등장하는 후배. 오랜만에 만난 후배의 대필요구를 수락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유나는 ‘융통성을 보여야 한다.’, ‘안하면 너만 손해다’는 대답과 ‘꼭 해야 하는 거 아닌 거 알지?’, ‘대필! 나쁜 거잖아’라고 상반되는 얘기를 한다. 유나의 글을 좋아했다며 건낸 후배의 과거 자신의 글에서 ‘내 글을 읽어주는 단 한사람이 있는 한, 내 이름을 걸고 글을 쓰겠다.’는 자신의 각오를 보게 되고 유나는 결심하게 된다. (최규한, 성남교육영화제2020 집행위원)